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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후기]바비를 위한 기도 Prayers For Bobby. 2009

문화생활/영화

by 쪼랭'ㅅ' 2015. 7.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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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2015년 6월 26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동성결혼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워싱턴 D.C.와 26개 주에서만 허용되어왔던 동성결혼이 미국 전역에서 허용됐다. 이 판결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It’s a victory for the allies and friends and supporters who spent years, even decades, working and praying for change to come. And this ruling is a victory for America.


'지난 수년간, 심지어는 수십년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기도해 온 당사자와 지지자들의 승리이자 미국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 거대한 땅 위에 다양한 민족이 사는 미국에서도 오늘날이 되어서야 겨우 인정받은 것이 '동성애'인 것이다. 



출처 : https://youtu.be/b715GKJNWXA



 동성애가 무어길래? 


 중학교 2학년때쯤, 내가 다니던 여중에선 '레즈비언'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았다. 샤기컷에 교복 바지를 입고다니며 여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미소년 포스를 풍기고 다니던 한 친구를 필두로 무리가 생길 정도였다. 그 단어를 알고는 무리지어 다닌건지, 혹은 재미로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내가 처음 레즈비언이라는 말을 듣고 개념이 생긴 것이 그 즈음이다. 또래들이 레즈비언이라는 단어가 낯설기도 하고 숨기고 싶기도 했는지 '이반'이라는 말로 더러 대체하기도 했는데 '일반'적이지 않기에 '이반'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반' 이라는 그 단어가 대부분의 사람이 '레즈비언', '게이'를 이해하기 가장 쉬운 개념일 듯 하다.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과는 다르게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 LGBT[각주:1]의 아주 일부이긴하지만 심플하게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왜 여전히 "뜨거운 감자"일까? 


 한국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건? 일종의 굴레다. '이상하다', '눈치없다', '나댄다'와 같은 딱지가 붙어 기분 나쁜 주목받는다. 다름이 다름으로 이해되기보다는 인정받아야 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이 '동성애'가 끊임없는 논쟁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의 합헌결정을 보면 서양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세상에는 동성애자가 존재한다. 그 동성애를 말로 인정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내 자식이 게이나 레즈비언이라면? 과연 이 질문 앞에서도 모두 Yes! 하고 말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내 생각처럼 내가 행동할 수 있을까?'하는 물음표로 돌아온다.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영화가 바로 '바비를 위한 기도'였다.


(혹자는 병이라 말하고 고칠 수 있다고 믿지만 그것은 흑인에게 "깨끗하게 씻으면 백인이 될 수 있어"와 같은 말이니 넣어두자.






 시작은... 


 우연히 웹 서핑 중에 본 바비를 위한 기도의 후기였다. 평소 성적 소수자에 관심이 많은데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나의 흥미를 유발했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영화는 좀처럼 보기 힘들기도 한데다 전개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부모, 특히 '엄마가 자식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느냐 혹은 그러지 못하는가' 하는 핵심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주요 관전포인트였다. 


(성폭력상담사 공부를 하면서 본 성 소수자 영화는 존 카메론 미첼의 '헤드윅', '숏버스', 톰 행크스 주연의 '필라델피아'다. 간단한 한줄평을 하자면 헤드윅이 재밌었던 것에 반해, 숏버스는 야했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필라델피아는 톰 행크스의 연기도 좋았고 시사점있어서 좋았다. 부당한 회사의 판결에 끝까지 맞서는 모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필라델피아 추천.) 







우선, 하나 밖에 없는 아들보다 하느님을 더 믿고 중요시했던 엄마를 통해서 맹목적이기에 삐뚤어지기 쉬운 신앙심을 보았다. 평소 종교에 대한 회의감을 많이 느끼는 나에게 정말 와 닿았던 부분이기도 했다. 




- I think blind faith is just as dangerous as none at all.

- I've never questioned my faith. I, I've never had reasons to.

- Sometimes to question it helps you find a deeper faith.

질문하는 것은 가끔씩 더 깊은 믿음을 찾도록 도와준답니다.



 나와 나의 가족을 지탱하는 '힘'이라 믿었던 종교가 내 소중한 아이를 위협하는 총, 칼이 될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은 '내'가 얼마나 중심을 잘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내가 나 답게, 나를 위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신앙심도 결국 본인의 의지대로 믿고 해석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모든 것을 자신이 이해하고 싶은 대로 이해한다. 문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틀을 알아차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알고나서 깨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아들과 엄마였지만, 넓게는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가짐도 돌아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내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관심 레이더가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나를 기준으로 오리고 붙이고 구기면서 틀에 가두려는 것은 너와 나의 생지옥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He didn't heal him. because There was nothing wrong with him.



 '바비를 위한 기도'는 단지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신에 대한 나의 믿음, 자식이 나와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을 버무려 큰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좋았고 기대 이상이었다. 영화보면서 우는 일은 좀처럼 없었는데 이 영화는 온몸으로 울게 만들었다. 강력추천. 좋은 영화 봐서 기분이 좋다.

    ☆






프레이어스 포 바비

Prayers for Bobby 
8.7
감독
러셀 멀케이
출연
시고니 위버, 헨리 체르니, 라이언 켈리, 댄 버틀러, 오스틴 니콜스
정보
드라마 | 미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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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GBT는 성소수자 중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를 합쳐서 부르는 단어이다. 퀴어(Queer)나 레즈비게이(lesbigay)에 비해선 논쟁이 덜한 용어로 알려져 있다. 출처:https://ko.wikipedia.org/wiki/LGBT [본문으로]